이제는 정말 회사를 다니고싶지가 않다. 으레 직장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퇴사하고 싶다는 입버릇 같은게 아니다. 애초에 나는 이런 조직 생활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다. 책임 전가, 헐뜯기, 안면몰수 같은 관료제적 스킬이 내게는 부족하다. 이런 스킬이 출중한 사람들이 주로 회사를 오래 잘 다닌다. 조용히 내 일만 하고 집에 갈 수 있는 회사란 없다. 내가 하고싶은건 정반대의 일이다. 오늘치 주어진 일을 하고 나서 정해진 시간에 집에 가는 일. 일주일 뒤, 혹은 먼 미래에 대한 계획같은건 없어도 되는 일. 오늘 주어진 일만 다 해내면 더 이상 어떤 책임도 질 필요가 없는 일.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일들이 가진 고충은 쉽게 떠오르지 않지만, 내 것이 아닌 일에 대해 1년치 3년치를 플랜하고 책임져야하는 지금의 직업보다는 훨씬 좋을 것 같다는 선망이 든다. 보통은 반대의 사유로 이직을 한다. 예를들어 광고 대행사나 제조사에서 브랜드사로 가서 나의 일을 꾸려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도 겪어보지 못한걸 선망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내 일이란건 다 허상임을 이제는 알고 있다. 내 사업이 아니고 노동자인 이상 무슨 일을 하든 다 똑같다. 노동에 있어서 뭘 더 하고싶다고 꿈을 꾸고 희망하는 것 자체가 이상스러워 보인다. 면접 질문에 누가 그런걸 묻기라도 하면 우습기 짝이없다. 저는 노동의 꿈을 꾸지 않아요.
업무에서 오는 보람이나 재미를 상쇄하고도 남는 스트레스가 매일 나를 짓누른다. 별 것도 아닌 일들에 대한 정치질, 험담, 깎아내리기, 나아가서는 무시와 경멸도 흔한 일이다. 나를 약간이라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을 전혀 뽑아주지 않아 휴일에도 연락이 쏟아진다. 말할줄도 모르는 언어로 답장을 하고있으면 내가 뭘하고있는지 황망해진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모든걸 휙 넘겨버릴 수 있는 사람은 못되기 때문에, 무시와 경멸은 물론 깎아내리기, 험담, 정치질까지 모두 눈에 담는다. 사람이 징그럽다.
2분기가 끝나갈 쯤이 되어서야 쓰는 근황.. 이사날 사이가 붕 떠서 잠시 본가에서 지내고 있다 거취를 옮길 땐 고양이들이 언제나 큰 걱정인데 너무나 잘 지내주고있어서 아주 기특한 야옹이들.. (너무 귀여워) 출퇴근 시간이 1.5배로 늘어나서 너무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 와중에 야근도 1.5배로 늘었음.. 사는게 너무 힘들고 가끔은 그냥 도망가고싶다
(또) 출장을 다녀왔다 정말 그만 가고싶다..영원히 출장갈 일이 없는 직업을 고를걸 그랬다 관심도 없는 사람들을 끝도없이 만나며 즐거운 척을 해야하는 것도 너무 싫고 돌아다니는것도 싫다 mbti 결과는 항상 e가 나오는데 그거랑 별개로 그냥 사람이 싫어서 혼자가 되고싶음 해외 출장간다고 묘하게 들떠있는 사람들을 보면 이제 너무 짜증이 난다 너나 많이 가세요...
출장가서 밤새서 일하는 사람?저요.. 2시간 자고 나와서 먹은 조식 뭔맛인지 기억도 안남
시부야에서 귀여운 티셔츠를 한장 샀는데 누가 그 에반게리온 티셔츠 어디서 사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하면서 절박하게 물어봐서 웃겼음
5월은 눈깜짝할새 가버리고 6월도 벌써 반쯤 지났다 원래 마케팅을 하고싶었었고 지금까지 해왔지만.. 이제 내가 뭘 하고있는지 뭘 하고싶은지도 모르겠고 그냥 다 관두고싶어서 겉돌고 있다 회사에서 웃기지도 않은 직책을 하나씩 달고 역할극을 하는걸 보면 웃겨서 무슨 희극인들같다 나도 누군가에겐 별로인 사람이겠지 그런들 뭐 어떻나요... 다 스쳐지나가고 남이 될 것을